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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시대

정의의 시대

14,000 원
  • 저자 : 이우
  • 출판사 : 몽상가들
  • 출간일 : 2022년 10월 21일
  • ISBN : 9791191168044
  • 제본정보 : 반양장본

도서 분야

소설과 산문, 시와 희곡을 넘나드는 젊은 소설가 이우,
그가 선보이는 도발적인 희곡작품 『정의의 시대』

극단의 시대에 보편을 사유한다는 것

소설가 이우의 신간 『정의의 시대』는 독립의병의 정의와 도덕에 대한 딜레마를 밀도 있게 그려낸 희곡작품이다. 이우는 1907년의 한반도의 역사적 사실의 기반 위에서 한 명의 청년을 창조해냈다. 주인공 ‘정의태’는 대한제국을 일제의 압제에서 구해내고자 의병의 길을 택한 열혈 청년이다. 그는 자신의 임무인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수행하기 위해 굳은 결심을 하고 결전의 장소로 향한다. 하지만 이토가 온다는 것은 거짓 정보였고, 그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임무를 수행한다. 그의 손에 죽은 것은 이토가 아닌 일본인 고위 관료들이었다. 이름조차 몰랐던 그들은 과연 죽어 마땅한 존재들이었을까. 내가 그들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까. 정의태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그렇다면 나는 독립의병인가, 살인자인가.
정의의 시대 - 11
서문 - 13
본문 - 19
부록 - 165
작품해설 - 181
작가노트 - 199
독립의병 정의태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려다가
그만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던 일본인 고위 공무원 둘을 죽이고 만다.

누구보다 ‘정의’를 중요시 여겼던 의병인 정의태는 충격에 빠지고 만다.
평생을 의병으로 살아온 정의태의 딜레마를 쫓아가보자.

이우의 희곡작품 『정의의 시대』에 등장하는 주인공 정의태의 극중 설정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의태는 ‘오인 사살’이라는 하나의 장치로 인해 타겟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라는 압제의 상징을 죽이지 못하고,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일본인 고위 관료 둘을 죽이게 된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도발적인 딜레마가 발생하게 된다. 과연 의태는 ‘정의’를 행한 것일까, ‘살인’을 한 것일까. 그는 ‘사건’을 일으키고 이제 일본의 법정 앞에 선다. 그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할까. 독립의병일까, 살인자일까.

의태는 타겟이 아닌 엉뚱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그는 ‘정의의 경계’를 늘 예민하게 생각하는 의병이었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 이전, 그는 임무에 실패를 하고 돌아오게 된다. 타겟은 이완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가 가족들과 함께 있어서 죽일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군인은 오직 타겟에게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아이들과 부인에게는 폭력은커녕 심리적인 상처조차 입힐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불의’와 ‘죄’는 오직 당사자에게만 있다는 논리였다. 그렇기에 의태의 오발탄과 그로 인해 죽은 두 명의 일본인은, 그가 간직하던 정의관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의태에게 그의 동료 형두는 사망자가 일본인 ‘고위 관료’라는 점을 계속해서 주지시킨다. 그들은 일본의 압제를 앞장서서 견인하는 수뇌부이기 때문에 모두 죽어 마땅한 이들이라고 말이다. 이제 의태는 형두의 도움으로 스스로의 변론의 무기가 생겼다. ‘나는 살인을 한 게 아니라, 독립의병으로서 일본의 압제와 맞서 싸운 것일 뿐이다.’ 이제 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이러한 변론은 그가 ‘살인자’가 아닌 ‘독립의병’으로 남고자하는 몸부림이다. 그는 감옥에서 독백을 한다. “나는 살인을 한 게 아니야… 나의 의병 활동이, 내 삶의 전부를 건 의병활동이 고작 살인으로 귀결돼서는 안 돼. 그렇게 돼서는 안 돼. 나는 의병이지 살인자가 아니야….”(p.67)

그는 자신이 살인자라는 오명이 아닌, 오직 독립의병으로만 명예를 간직한 채 사형을 당하길 바란다. 평생을 정의로운 의병에 목숨을 걸었기에 인생의 마침표를 살인자가 아닌 독립의병으로 찍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앞날은 순탄치 못하다. 계속해서 그를 부정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변호사 다이스케, 검찰관 사쿠타로, 감옥을 같이 쓰는 죄수, 관동부도독 곤페이, 사망자의 아내 나나코, 미리엘 신부까지. 모두 그의 오인 사살이 ‘정의’가 아닌 ‘범죄’였노라고 계속해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게 한다. 이제 의태는 불편한 진실을 시인할까. 아니면 계속해서 독립의병임을 주장할까.

이우는 독자들의 불편한 지점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흔히 우리 시대의 독립 투사, 라고 하면 역사와 민족과 영웅이며, 나아가(이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가적, 민족적 성역에 자리잡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우는 도발적이게도 그들을 성역에서 끌어내려 보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의태가 이토 히로부미의 살인을 계획했던 것은, ‘정의’라는 것이 독립의병의 임무와 그에 수반되는 살인을 정당화해준다. 하지만 그의 오인 사살은 ‘정의’로 좀처럼 정당화할 수 없는 문제이다. 독자들은 차라리 의태를 법정에서 몰래 빼돌려 숨겨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아무리 오발탄을 타인의 가슴에 박았을지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정의로운 ‘독립의병’이기 때문이다.

의태는 법정에서는 오직 의병으로만 남기 위해 당당한 척 하지만, 사실 스스로조차 이 문제를 정당화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그의 괴로움은 ‘죄책감’보다는 ‘의로움’으로부터 연유한다. 평생을 ‘정의로운 의병’으로 살아가고자 했는데, 스스로에게 커다란 오점을 남긴 셈이니 말이다. 자신의 삶의 가치와 행위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지점에서 과연 의태는 마지막으로 어떻게 자신을 긍정할까. 이우는 의태를 빌려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정의에 조그마한 불의가 기재해 있을 때, 그 불의를 어디까지 모른 채 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우의 말마따나 우리는 어쩌면 극단주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정치적 진영, 종교적 믿음, 젠더 갈등, 성 정체성, 비건과 환경 문제,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한국만해도 분단이라는 극단주의에 사회 전체가 경도되어 있다. 모두가 자신의 정의만을 정의라고 부르짓는 시대에, 정의의 불편한 지점들을 자꾸만 직시하고 또 건드리게 만든다. 그리하여 이우는 정의태의 눈을 통해 우리의 시대를, 극단주의를 아니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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