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냠 “같이 먹으니 맛있어요!”
아기 오리와 엄마 오리 그리고 친구들의 깜찍한 등장
귀여운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는 풍성한 배추밭에서 배추 하나를 쑤욱 뽑아 흙을 털고 깨끗이 씻어 맛있게 쌈 싸 먹을 준비 끝! 그런데, 배춧잎 하나, 툭두둑 뜯는 순간, 어디선가 달팽이가 먼저 찜했다고 나타났어요. 다시 엄마 오리가 배춧잎을 뜯는 순간, 어라, 애벌레가요, 배춧잎 먹고 나비가 되겠다고 나타납니다. 이렇게 청개구리가 나타나고, 토끼가 등장하지요.
앞 장에는 배추 사이로 동물들의 일부분만 보이고요, 뒷장에 ‘짜잔’ 오리의 친구들이 나타납니다. 다음 장에 어떤 동물들이 나타날지 기대되는 두 박자 구조의 그림책입니다. 아기들이 그림책을 볼 때 흥미진진하게 책을 넘길 수 있어요.
과연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는 배추쌈을 먹을 수 있을까요?
아기 오리와 엄마 오리는 배추쌈을 먹을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차례차례로 등장하는 친구들 때문에 점점 작아지는 배추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표정에서 오리 모자의 배추쌈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요. 토끼의 등장으로 배추쌈을 못 먹게 된 아기 오리가 엉엉 우는 표정이 너무 생생합니다. 꼭 배추쌈을 먹게 해 주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길 정도로요. 배추 사이에서 동물들이 등장하는 엉뚱한 상상력이 미소 짓게 하고 모두가 맛있게 한 쌈 먹는 장면들은 독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오늘 저녁은 모두 배추, 한 쌈 어떨까요?
펜 드로잉 선에 한 겹 두 겹 쌓아 올린 수채화 그림책
이은경 작가의 전작 《질문의 그림책》은 섬세한 세밀화로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그림책이었지요. 이번 《배추쌈》은 배추와 등장하는 동물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가벼운 터치의 펜 드로잉에 투명한 수채화로 마무리했어요. 오리의 가벼운 깃털과 배추의 먹음직한 표현이 꼭 맞춤이었답니다. 귀여운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 반복적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오리 친구들의 이야기가 멋있는 수채화 그림과 만나 신나는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이은경 작가의 《배추쌈》 이야기
아이들과 자주 쌈을 싸 먹던 여름이었어요. 아이들이 배추에 생마늘도 싸서 먹기 시작했는데 달달하고 고소한 배추 맛에 알싸하고 매운 마늘 맛의 조화는 없던 입맛도 돌아올 정도로 맛있었어요. 《배추쌈》은 이즈음 설거지할 때 갑자기 떠올랐어요. 아마도 알배추를 한 장씩 뜯으며 씻을 때 달팽이를 발견하고부터 이 일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 씨앗을 계속 품고 있으면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번쩍할 때가 있는데 《배추쌈》이 그랬어요. 순간 잊어버릴까 봐 고무장갑을 벗어 던지고 이야기를 메모했지요. 그러고 아이디어 스케치를 첫 더미로 만들어 아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깔깔 웃었어요. 그 기분을 잊지 않고 《배추쌈》을 만들었어요.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배추쌈》을 보고 나면 쌈 맛이 궁금할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라도 《배추쌈》 이야기에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