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스물에서 서른 사이
지극히 보편적인 그 시절을 우리는 어떻게 채워가고 있을까?
이십 대에서 삼십 대로 넘어가는 사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유난히 신경과 시선을 잡아끄는 순간순간을 기록한 에세이. 그 시절 천착하거나 외면하거나 사랑하거나 냉소하던 대상에 대한 개인적 심상을 재치와 위트 넘치는 글 속에 재미나게 담아냈다. 술에 취한 새벽 귀갓길 택시 안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손석희 씨의 정갈하고 냉철한 음성에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들고, 생선의 살코기만 쏙쏙 가져가는 상대방의 생선 먹는 태도에 순간 발끈한다. 안면은 익혔으나 결코 알은 체는 해본 적 없는 카페 직원의 느닷없는 알은 체에 낯 뜨거움인지 가슴 뜨거움인지 아무튼 뜨거운 무언가가 속에서 몽글거린다. ‘도를 아시냐’고 물어오는 여자에게 1초간 어림없는 기대를 품었다가 이내 정체를 확인하고는 세상에서 제일 냉소적인 표정으로 다시금 이어폰의 볼륨을 높인다.
책, 영화, 음악, 술, 유흥, 사랑과 사람 등 저자의 이십 대를 장식한 무수한 장면들이 위트와 반전 속에서 줄줄이 이어진다. 아무리 뜨겁고 아프고 좋았던 것이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강도와 색채가 약해지는 법. 이렇게 자신의 지나온 이십 대를 휘리릭 넘겨보고는 조금은 단단해진 어투로 한마디 슬쩍 던진다. “이제는 아름다울 차례”라고. 읽을수록 묘하게 중독(中毒)되는, 그리고 동시에 중독(重讀, 거듭 읽음)의 욕구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