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뚜벅뚜벅 걷자, 문학 속으로 역사 속으로
이육사라는 시인을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떠오르는 시가 바로 「광야」이다.
이 시는 그가 마지막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북경으로 압송되는 도중에
차 안에서 썼던 작품이다.
그의 생애에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던 유언을 담은 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저려온다. 죽음의 순간을 직감한 시인이 진정으로 외치고 싶었던
마지막 절규가, 이 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_ 이육사 편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은 시가 형성되고 성장하는 원체험적 장소로, 시인들의 초기 시는 대부분 이러한 고향을 내면화하고 있다. 유년과 청년 시절을 보낸 고향에서의 경험과 그 시절을 함께한 여러 문인들과의 교류는, 한 사람의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고 시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문학사의 주요 시인들을 기리는 문학관이 그들의 고향에 자리를 잡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학관은 주요 시인들의 역사와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 우수한 문화콘텐츠이다. 문학관 내부의 전시물들은 시인의 인생과 교우관계, 가족사 등 시와 삶의 연관 속에서 그들의 시 세계를 새롭게 읽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책에는 총 16명의 시인과 그들의 문학관이 망라되어 있다. 안동의 이육사에서부터 광명의 기형도에 이르기까지 문학관과 시 혹은 시인을 연결 짓고, 태어나고 자란 장소와 시를 묶어 보고, 시인들의 삶과 가치를 일상과 역사에 빗대어 살폈다. 그리하여 시인과 그의 시를 조금 깊게 음미해보고 싶은 사람들, 시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하고 시인의 마음을 나누고자 하였다.
문학관을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향도(기형도의 누이)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오랜만에 죽은 동생을 만나 함께 얘기를 나눈 듯해서 참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불현듯, 문학적 소통은 바로 이런 순간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되지 않을까 싶었다.
누이는 동생이 살아 있을 때처럼 그와 날마다 대화를 하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아마도 먼 곳에서 기형도는 이렇게 매일 한 편의 시를 통해
누이들과의 대화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_ 기형도 편
문학관 속으로, 역사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시인을 만나 그와 우리가 살아온 날들에 대해, 아름다운, 고통스러운, 희망을 노래한 그의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