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괴물도 무서워하는 곳, 바로 ‘치과’다. 괴물 치과에 모여든 괴물들은 저마다 크기도 모습도 성격도 다르지만 같은 점은 딱 하나, ‘아무거나 마구’ 먹는다. 무시무시한 괴물들도 아픈 이빨로는 하루도 먹고 살 수 없다. 그러니 치과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자연스레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괴물 마을에서 아픈 이빨을 치료해주고 맛난 음식을 나누며 서로 먹이고 살리는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괴물 치과 이야기다.
“괴물들은 이빨이 자주 아파요.
아무거나 마구 먹어서 그래요. 심지어 사람을 먹기도 해요.
물론 할아버지랑 나는 빼고요.
괴물들도 자기를 도와준 사람은 절대 안 먹거든요.”
● 괴물들이 가장 무서워하지만 괴물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 괴물 치과
‘미카’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집 앞은 날마다 괴물들로 북적거린다. 괴물 마을에 단 하나뿐인 치과이기 때문이다. 괴물들은 이빨이 자주 아프다. 아무거나 마구 먹어서 그렇다. 괴물 마을에서 괴물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곳, 바로 괴물 치과다. 그런데도 괴물들이 제 발로 괴물 치과까지 찾아오는 이유는 이빨을 뚫고, 긁고, 갈고, 뽑는 아픔보다도 충치 때문에 겪는 고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히나 괴물은 덩치가 클수록 더 많이, 더 마구 먹어서 충치가 더 잘 생긴다. 심지어 커다랗고 사나운 큰 괴물들은 사람을 먹기도 한다. 다행히 할아버지와 미카는 빼고. 괴물들도 자기를 도와준 사람은 절대 안 먹는다.
어느 날 아주아주 큰 괴물의 이빨을 치료하다가 미카는 이빨 틈에서 작은 아이를 구해낸다. 큰 괴물에게 잡아먹힐 뻔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의 이름은 ‘미지’다. 갈 곳 없던 미지는 미카의 도움으로 괴물 치과에 머물며 요리 솜씨를 발휘하고, 미지의 음식 맛을 본 괴물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괴물 치과는 이빨을 치료하려는 괴물뿐만 아니라 미지의 음식을 맛보려는 괴물들로 더욱 북적거리게 된다. 괴물 치과에서 치료도 받고 건강한 음식도 얻어먹으며 ‘도움’을 받은 괴물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괴물 마을에서는 아무거나 마구 먹는 괴물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되나 싶었는데….
● 서로 돕고 나누던 관계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 위협받는, 괴물 마을
크기와 모습과 성격이 제각각인 괴물들은 ‘괴물 치과’에 모여 아픈 이빨을 치료받고 다른 존재들과 맛난 음식을 나누면서 점점 잘 먹고 잘 살아가게 된다. 괴물들의 이빨을 치료해주는 미카와 할아버지, 그리고 산과 들에서 구한 풀과 곡식으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괴물들을 먹여주는 미지는 괴물들을 ‘살리는’ 존재다. 그런데 여기에 미지가 정성껏 만든 음식은 ‘괴물 음식’이 아니라며 괴물은 풀떼기 따위는 먹지 않는다고 을러대는 큰 괴물들이 나타나면서, 서로 돕고 나누던 관계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로 위협당하고 만다. 크고 힘센 큰 괴물들을 당해내지 못하면 미지가 잡아먹혀야 하는 ‘괴물 시합’에서 미지와 미카, 그리고 작은 괴물들은 큰 괴물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 욕심 많은 큰 괴물이 사라지자 충치도 사라졌다
큰 괴물들이 등장하면서 생겨난 위기를 간신히 극복한 기쁨도 잠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비가 쏟아져 괴물 마을 전체를 덮친다.
피할 곳은 단 하나, 괴물 치과뿐이다. 커다란 재앙 앞에서 미카와 미지와 괴물들은 다시 함께 돕고 나누며 연결된 존재, 한 배를 탄 공동체가 된다. 미지는 다시 음식을 만들어 괴물들을 먹여 살리고, 미카는 괴물들의 아픈 이를 치료한다. 괴물들도 미지와 미카를 도우며 저마다 필요한 일을 맡아서 열심히 해낸다. 그렇게 한 배를 타고 지내는 동안, 저 혼자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고집 부리고 먹고 싶은 대로 못 먹어 투정을 부리던 큰 괴물도 사라진다. 그러고는 마침내 새로운 섬에 도착하는데….
● 우리가 ‘먹는 것’을 통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이 책은 ‘무시무시한 존재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김한민 작가는 ‘괴물’을 너무 좋아했고 ‘치과’를 끔찍이 싫어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치과를 무서워하는 괴물’을 떠올렸다. 괴물 마을에도 치과가 있을까? 치과에는 어떤 괴물들이 올까? 그 괴물들은 왜 충치를 앓게 됐을까? 맞아, ‘아무거’나 ‘마구’ 먹어서!
이 책에서 괴물들이 자주 이빨이 아픈 것도, 괴물 치과에 괴물들이 몰려든 것도, 큰 괴물들이 소동을 피운 것도, 그러다 커다란 재앙을 만난 것도, 이유를 거슬러 가다보면 모두 괴물들이 ‘먹는 것’과 이어져 있다. 김한민 작가는 작품 활동을 하는 한편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에서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괴물 치과』는 작가가 ‘치과에 가기 싫어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괴물’에 비추어 활발한 그림과 왁자지껄한 이야기로 풀어냄과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것’과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보여준다. 지구가 망가지고 평화가 깨지고 관계가 끊어지는 것, 바로 우리가 ‘아무거’나 ‘마구’ 먹는 큰 괴물처럼 살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