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하나가 빼꼼히 순을 내미는 모습을 본 곰돌 씨는 봄을 맞는 파티를 열기로 하고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사슴 씨, 여우 씨, 토끼 씨네 가족, 그리고 두더지 씨…?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소심한 곰돌 씨는 자신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두더지 씨를 초대하지 않는다.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저 사람이 혹시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주인공 곰돌 씨도 그랬다. 지레짐작과 추측, 그리고 소심함 때문에 친구 두더지씨를 오해하게 되고, 결국 초대 명단에서 제외하고 만다.
그렇지만 예기치 못했던 위급한 상황에서 두더지씨가 친구들에게 내민 도움의 손길은 두 친구가 오해를 풀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리고 한겨울의 추위가 조금 남아 있는 자리에 따뜻한 봄이 스며들듯, 곰돌 씨의 얼어 있던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뜰과 마음에 완연한 봄을 맞으며 곰돌 씨는 말한다. “이제 정말 봄이 왔어.”
관계는 일정한 모습을 띠고 있지 않습니다. 잔잔하다가도 거칠어지고, 따뜻했다가도 차가워지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서로 맺는 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과, 오해,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추운 겨울을 마감하고 새순이 올라오는 봄과 짝을 지어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는 색연필의 곱고도 따뜻한 질감으로 곰돌 씨를 비롯한 숲속 친구들을 사랑스럽게 불러냅니다. 그렇게 등장하는 곰돌 씨와 여우 씨, 사슴 씨, 토끼 씨네 가족, 그리고 두더지 씨는 그들이 가진 동물적 본성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서로 존댓말을 통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사회 속 관계를 보여주며 따뜻하게 의인화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의 구조에서도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적절히 활용하며 매끄럽게 문제를 야기하고 해결하는 이 그림책은 이야기꾼으로서 작가가 자신만의 화법을 장착하였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가됩니다. 더불어 개성 있는 패턴과 장식으로 꾸며진 그들의 공간은 독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취향 등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일상의 심미적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