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variable: nuriDbcon in /opt/apache/htdocs/dreamlib/book/book_view.php on line 7
Warning: mysqli_query() expects parameter 1 to be mysqli, null given in /opt/apache/htdocs/dreamlib/book/book_view.php on line 7
Warning: mysqli_fetch_array() expects parameter 1 to be mysqli_result, null given in /opt/apache/htdocs/dreamlib/book/book_view.php on line 8 꿈꾸는도서관 :: Dreaming Library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12번째 동시집 『후비적후비적』이 출간되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현정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그의 시편들은 시적 대상에 대한 함축적이고도 절제된 언어 표현뿐 아니라 사물의 새로운 면을 포착해 그려내는 진솔함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그의 시적 언어가 참신하고도 세련된 비유를 구사하면서, 이를 통해 아이들 일상의 참모습에 한층 다가서고자 하는 시인의 진정성 있는 시선이 시상을 이끌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동시집 역시 그동안 시인이 보여준 시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시적 형식은 정교하고 언어적 함축과 비유도 참신하다. 때로는 난센스와 언어유희를 활용하기도 하는 등 이전의 작품들보다도 훨씬 자유로운 발상과 언어 구사로 보다 깊어진 시세계를 보여주기도 하고, 요즘 아이들의 심리를 현실감 있게 구현해냄으로써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위층에
코끼리가 이사를 왔다
걸을 때마다
쿵쿵
천장이 울린다
아래층에는
토끼 아줌마가 산다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
깡충깡충
뛰어올라 온다
우리 집에는
고양이들이 산다
발소리가 날까 봐
살금살금
뒤꿈치 들고 걷는다
―「위층 아래층」
이 동시는 종종 사회문제로 대두되곤 하는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의 생활상을 비유적으로 위트 있게 표현하고 있다. 위층과 아래층, 그리고 우리 집이 처한 상황을 동물의 특성에 대입해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의성·의태어 ‘쿵쿵-깡총깡총-살금살금’까지 더해지면서 각 층의 상황이 눈에 보일 듯 그려지는 것이다. 이처럼 군더더기 하나 없이 소략한 표현만으로도 층간소음 문제와 아파트라는 생활공간의 애로사항을 함축적이고 절제 있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시적 특성은 이 동시집 전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추석달」만 보더라도 그렇다. 2연 5행의 아주 짧은 시 안에 추석 보름달의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곧 추석 보름달을 “한 해 농사 잘 지었다고/누군가 까만 밤하늘에” 붙여놓은 “칭찬 스티커”로 간명하게 드러낸 비유가 참신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특성은 표제작인 「후비적후비적」에서도 마찬가지다.
책 좀 봐라
게임 좀 그만해라
좀좀좀
엄마 잔소리에
귓속이 근질근질
나도 모르게
후비적후비적
귀지를 판다
―「후비적후비적」
여기서 ‘후비적’은 ‘어떤 틈이나 구멍 속을 긁거나 돌려 파내는 모습’을 일컫는다. 그러면 시적 화자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물론 시에서도 쉽게 드러나 있듯이 엄마의 잔소리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아주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이와 엄마의 감정이 잘 녹아들어 있다. 특히 시적 화자가 귀지를 파는 행위를 표현한 “후비적후비적”만으로도 엄마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아이의 심정이 간접적으로 여실히 전달된다. 즉, 시인은 함축적이고 절제된 표현을 시적 형식의 측면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 속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함축적 표현이 오히려 더욱 강한 호소력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비교」에서도 ‘사자는 사자고, 나무늘보는 나무늘보’ 하는 식으로 대비를 하다가 마지막 연에 이르러 “근데,/옆집 현지가 1등 한 게/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라는 반전이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엄마들이 종종 아이들을 비교하는 행위의 부당함을 함축적으로 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시인이 자주 활용하는 시적 언어의 함축성이 아이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이 동시집에는 특별한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4부에 역사를 소재로 한 동시를 모아 놓았는데, 선사시대와 가야의 역사·문화를 동시로 풀어낸 것이다. 특히 가야시대의 제도와 문물인 ‘순장, 미늘 쇠, 칼, 철 갑옷, 패총, 굽다리 접시’ 등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은 아이들에게 문학적 감수성을 심어 줄 뿐만 아니라 당시의 문화를 되새기고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1부 꿈의 내비게이션
과학 시간 / 가출한 반달가슴곰 / 꿈의 네비게이션 / 태풍 / 얄미운 시험지 / 위층 아래층 / 심는다 / 가격표 / 비교 / 마음의 저울 / 말 걸기 / 숨쉬기
제3부 우포늪 공연장
못자리 / 일기를 쓰는 시간 / 도서관에서 / 나침반 / 붕대 꽃 / 우포늪 공연장 / 박수 소리 / 바다 / 시를 쓰는 시간 / 미안해 / 떠드는 이유 / 촛불
제4부 왕이 된 나
추석 달 / 굽다리 접시 / 순장 / 가야금 소리 / 아유타국에서 온 공주 / 미늘 쇠 / 녹슨 꽃 / 철 갑옷을 입은 말 / 회현동 패총 / 거북아 거북아 / 동굴 속 벽화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 왕이 된 나 / 그릇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진솔한 작가의 시심_권영세
지은이 _ 한현정
경북 고령군의 작은 읍내에서 태어났어요. 대가야의 도읍지인데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요. 어릴 때 뜀뛰기를 좋아했어요. 고라니처럼 폴짝폴짝 뛰면 마치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죠. 또 내방 천장에 그려진 촌스러운 벽지 무늬를 보면서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럴 때마다 이야기가 퐁퐁 솟아나곤 했죠. 2002년에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어요. 그때부터 작가가 되었지요. 2016년에는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어요. 운이 제법 좋은 것 같아요. 2017년에는 첫 번째 동시집 『고자질쟁이 웃음』이 나왔는데 아침독서 추천도서도 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도 선정되었어요. 그리고 2019년에는 대구문화재단에서 창작기금을 받아서 이 책을 만들고 있어요. 요즘 저는 내년에 나올 동화책 준비도 하고 미술대학에서 열심히 그림 공부를 하고 있어요. 바쁘지만 행복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지은이 _ 한현정
경북 고령군의 작은 읍내에서 태어났어요. 대가야의 도읍지인데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요. 어릴 때 뜀뛰기를 좋아했어요. 고라니처럼 폴짝폴짝 뛰면 마치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죠. 또 내방 천장에 그려진 촌스러운 벽지 무늬를 보면서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럴 때마다 이야기가 퐁퐁 솟아나곤 했죠. 2002년에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어요. 그때부터 작가가 되었지요. 2016년에는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어요. 운이 제법 좋은 것 같아요. 2017년에는 첫 번째 동시집 『고자질쟁이 웃음』이 나왔는데 아침독서 추천도서도 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도 선정되었어요. 그리고 2019년에는 대구문화재단에서 창작기금을 받아서 이 책을 만들고 있어요. 요즘 저는 내년에 나올 동화책 준비도 하고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