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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보다 앞서는 권리

작성자 : 보랏빛 향기 / 작성날짜 : 2022년 05월 12일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3월까지.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사건을 기억하시지요? 2020년 12월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총 1154명, 그 중 20대 이하가 60.7%인 700명 가량입니다. 영상 소지, 배포자 등 범죄 가담자 규모는 최소 6만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위키백과).     


사건의 경위와 내용은 단 네 줄로도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우리는 그 피해자의 마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피해자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요? 자신의 사진이, 영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 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 될까요?     



<나를 지워    줘>. 이 담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 보니, N번방 사건이 떠오릅니다. 전혀 의도치 않게 신체를 찍은 영상이, 사진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그 상황을 이용하여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순간의 가십, 그들만의 즐거움. 피해자의 마음과 상황, 권리는 무시한 채 그들은 한 사람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주인공 모리는 디지털 장의사를 운영합니다. 원치 않는 사진이 유포된 것을 찾고, 삭제해주는 일을 합니다. 소소하게 비용을 청구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어 문을 닫지요. 이제 그만하겠다는 순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리온이 도움을 청합니다. 리온이의 문제를 밟아가다보니, 재이의 문제가 나오고, 재이의 뒤에는 진욱이 있습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동영상을 보며 함께 즐겼던 아이들도 있습니다. 학교를 다루면서 왜 굳이 8반까지 있다고 했을까 생각해보니, N번방이 8번방까지 있었기에 그렇게 설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이미 학생들이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 수많은 음란물을 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생활은 편해졌지만, 순식간에 이야기는 세상을 향해 퍼져갑니다. 내가 오늘 올린 글이, 내일 어디에서 발견될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빠르고, 그래서 무섭습니다.     


“나를 지워!”. 내 사진이 퍼져나갔다면 당당하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피해자가 제발 “나를 지워 줘”라며 애원해야만 하는 상황. 무언가 잘못되었는데,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를 지워 줘>를 보면서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다 못해, 삶을 포기해야 했던 아이들. 순간의 실수 때문에 더 큰 죄악에 빠지는 아이들. 의도적으로 다른 아이들을 휘두르고,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 다 같이 아이들이지만, 다 같은 아이들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못내 갑갑합니다.     


끔찍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피해자의 마음. 2019년 방송되었던, 이지은 배우와 여진구 배우 주연의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몰카가 유출되어 스스로 삶을 마감했던 한 여인. 그 여인의 동영상을 시작으로 많은 동영상을 판매하며 부를 쌓았던 한 사람. 죽어서도 한을 잊지 못했던 여인의 복수를 나무랄 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한 아이, 해연이의 아픔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꼭 읽어보셨으면 하지만, 아이들은 읽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리온>이의 마음도 절절하게 느껴져서 손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미리 막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는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어른들이 절절한 마음으로 애쓰면 좋겠습니다. <제발, 나를 지워 줘>라며 애원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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