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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이전

작성자 : 보랏빛 향기 / 작성날짜 : 2021년 08월 14일

이 책을 읽고 난 후, 책 제목이 <겸이전>이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표지에도 있는 것처럼 겸이전을 들고 있는 겸이, 장겸이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겸이의 유년 시절을 그려 놓았다.

 

어린 겸이는 너무나 안쓰럽다. 역병이 도는 중에 겸이는 어찌어찌 혼자 살아 남았다. 외삼촌과 함께 살다가, 외삼촌을 따라 한양에 왔는데 외삼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리 밑 거지 아이들과 함께 겨울을 나고 어울리다가, 우연히 운종가의 세책점-물건을 저당잡고 책을 빌려주는 곳-에 잠시 의탁한다. 이후부터 겸이가 세책점에서 지내면서 겪는 이야기가 풀려 나온다.

 

부모님과 외삼촌을 잃은 겸이가, 우연히 청계천 근처 수표교 앞 세책점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큰 줄거리라면, 양념처럼 조선 후기-책에서는 은근히 정조 시대를 암시한다-의 삶이 함께 어우러진다. 지금처럼 책이 많지 않고, 도서관도 없던 시절, 사람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세책점이 나온 것 같다. 조선 후기 한글(언문)이 백성들 사이에 보편화되어 가고, 청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이야기책이 들어오면서 읽을 거리가 많아지던 시기를 묘사하고 있다. 특히 열하일기가 몇 번씩 언급되는데, 새삼스레 읽어보고 싶어졌다. 숙향전, 금방울전, 장화홍련전, 토끼전, 심청전, 삼국지연의 등 지금도 읽고 있는 고전 소설들이 불티나게 대여되고, 책을 읽어주는 책비까지 등장하면서 조선 후기 출판 산업의 일면을 생생하게 보는 것 같아서 즐겁다.

 

주인공 겸이가 성실하게 살아낸 몇 달간의 삶. 그 속에서 꿋꿋하게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다. 긍정적인 겸이도, 츤데레라 불릴만한 세책점 주인도, 겸이의 겨울을 함께 지내 준 거지 아이들도 모두가 매력적이다. 예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책비 옥정이의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고전 소설들도 함께 읽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대략 줄거리만 소개된 <겸이전>의 내용을 아이와 함께 써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겸이가 토끼전을 재미나게 고쳐 써 놓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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