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전쟁과
힘든 시절을 당차게 살아 낸 소년
수영성은 조선시대 남해안을 지켰던 수군의 진영이 있던 성이에요.장이는 좌수영성 동문 아래 강변에서 배를 만드는 목수 아버지와 살았어요.
하루는 친구 경래와 백산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는데, 멀리 수상한 깃발이 가물가물 보였어요. 왜선에 달린 깃발이었어요. 수백 척의 배가 부산 앞바다로 몰려오고 있었어요. 황령산 봉수대에서는 평소 연통 하나에서만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그날은 다른 연통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전쟁이 일어난 것이지요.
조총을 앞세운 왜군 앞에서 조선의 수군은 손쓸 새도 없이 무너졌어요. 장이가 사는 마을도 금세 왜군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말았어요. 왜군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온갖 몹쓸 짓을 저질렀어요. 남자들을 데려가 전쟁 물자를 지고 나르는 힘든 일을 시켰고, 여자들을 희롱하고 다녔어요. 마을에는 온갖 흉흉한 소문이 돌았어요.
장이 아버지는 마을 청년들을 모아 왜군에 맞섰어요. 보급품을 실은 수레를 습격해 빼앗았어요. 또 다른 일을 계획하기 위해 조선 수군을 만나기도 했어요. 때문에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러는 사이 장이는 친구 경래가 왜나라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석철이 형과 함께 찾아보기로 했지요. 늦은 밤, 왜선에 올라 경래를 찾던 장이는 그만 왜군에게 들키고 말았어요. 다른 조선 사람들과 함께 왜나라로 붙잡혀 갔지요.
왜나라에 간 장이는 배에서 만난 아저씨와 함께 잡화상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잡화상 일은 고되었어요. 주인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매를 들어 다그쳤어요. 그런데도 장이는 틈날 때마다 부둣가에 우두커니 앉아 바다를 바라봤어요. 고향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말이에요.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그동안 장이에게도 소중한 인연이 찾아옵니다. 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는 유키 누나, 늘 용기를 북돋워 주는 모렌 신부님을 만났지요. 신부님이 고향인 포르투갈로 가는 날, 장이는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함께 떠나게 됩니다.
아픈 역사지만 마음으로 돌아보고
기억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전쟁 통에 장이가 겪어야 했던 일은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 무겁기만 해요. 하루아침에 왜군들에게 마을을 빼앗기고, 아버지와 헤어지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 끌려가고……. 더욱이 장이는 우리가 흔히 만나는 아이들처럼 순하고 약한 아이예요. 그래서인지 장이의 이야기가 더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임진왜란이라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살아갔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지요.
먼 나라에 가서도 장이는 고향, 그리고 아버지를 잊지 않았어요. 부산포를 닮은 부둣가에 앉아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어쩌면 간절한 그리움이 장이에게 찾아온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는지도 몰라요. 마음속 깊이 간직한 바람은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는 하지요. 포기하지 않고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더욱더 단단히 여물게 합니다.
《수영성 소년 장이》는 임진왜란이라는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예요. 그저 인과관계에 따라 단조롭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게 만드는 이야기지요. 함께 가슴 졸이고, 기대하고, 아파하면서 말이에요. 마음으로 읽어 낸 역사는 기억 속에도 더 오랫동안 머무릅니다. 아이들이 장이 이야기를 통해 임진왜란, 나아가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또 ‘오늘’을 바라보는 눈도 넓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