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소년의 인생을 바꿔 준 고양이
삶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합니다. 마음먹은 대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만 같다가도 느닷없이 나타난 고비에 주저앉게 되지요. 그런가 하면 별것 아닌 일이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불행뿐 아니라 행운도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옵니다. 다행히 품 안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닿을 듯 말 듯 손끝을 비켜나기도 해요. 휘팅턴이 가진 순한 마음에 이끌린 탓일까요? 《휘팅턴과 고양이》에서는 행운이 헤매지 않고 제자리를 찾아간 것 같습니다.
딕 휘팅턴은 영국의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년이에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구걸을 하며 어려운 생활을 했어요. 운이 좋아야 빵 한 조각, 우유 한 모금을 먹을 수 있었지요.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휘팅턴은 사람들이 런던 이야기를 할 때면 귀가 솔깃해지곤 했어요. 런던에 가서 멋진 비단옷을 입고 근사한 마차를 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어느 날 휘팅턴은 걷고 또 걸어서 런던에 갔어요. 하지만 런던은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요. 황금으로 덮여 있을 줄 알았던 거리에는 먼지만 날렸고, 사람들은 친절하지 않았어요. 결국 다시 구걸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피츠워렌이라는 상인이 부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었어요. 요리사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다락방에 득실대는 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휘팅턴은 피츠워렌 가의 생활을 견뎌 냅니다.
하루는 피츠워렌 씨가 먼 나라로 장사를 하러 나가면서 하인들을 불렀어요. 무엇이든 자신에게 주면 팔아 주겠다고 했지요. 저마다 내놓을 것이 있었지만 휘팅턴은 가진 것이 없었어요. 고민 끝에 소중하게 여기던 고양이를 건넸어요. 피츠워렌 씨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휘팅턴의 고양이는 뜻밖에도 엄청난 값에 팔렸어요. 피츠워렌 씨가 찾아간 먼 나라의 왕이 쥐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거든요. 왕은 자신이 가진 보물의 반을 주고 고양이를 샀어요. 런던으로 돌아온 피츠워렌 씨는 고양이를 팔아서 얻은 돈을 모두 휘팅턴에게 주었어요. 큰돈을 혼자 차지할 수 없었던 휘팅턴은 선원들과 하인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었어요. 늘 못살게 굴던 요리사에게도요. 그리고 얼마 후 피츠워렌 씨의 딸 앨리스와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나누고 베푸는 삶을 실천한 휘팅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휘팅턴의 선행
휘팅턴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을 결코 잊지 않았어요. 오갈 데 없이 구걸을 하며 떠돌던 자신에게 먹을 것과 머무를 곳을 베푼 피츠워렌 씨에게 고양이를 주었어요. 휘팅턴에게 있어 고양이는 단지 기르는 동물 정도의 의미는 아니었을 거예요. 밤새 잠을 방해하던 쥐들을 쫓아 준 고마운 동물이자, 외로운 런던 생활을 함께하는 벗이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피츠워렌 씨를 돕고 싶은 마음에 선뜻 내놓았어요. 그런가 하면 큰돈을 얻게 되었을 때도 자기를 보살펴주던 사람들과 나누었고 훗날 성공을 해서는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했습니다. 어쩌면 휘팅턴의 이러한 마음씨 덕분에 행운이 찾아온 것일지도 몰라요.
사람들은 성공한 이들의 삶에 환호하고 그 비결을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과정의 옳고 그름이나 성공한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요. 휘팅턴의 성공담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그가 대단한 부를 쌓아서도, 높은 자리에 올라서도 아니에요. 곤궁한 시절 입었던 은혜를 잊지 않고, 관직에 올라서도 서민들의 생활을 헤아리고 베푸는 삶을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지요.
《휘팅턴과 고양이》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한 아이에게 찾아온 행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휘팅턴이 행운을 어떻게 나누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밝히는지 읽어 낼 수 있습니다. 나누고 베푸는 마음조차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근사한 선행 뒤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진실들로 인해 소중한 가치들이 점점 의미를 잃어 가는 요즘, 아이와 함께 휘팅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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