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이것도 숲이 될 수 있을까요?
함께 걷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에요. 상대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렇지요. 아이에게 엄마, 아빠 만큼 편하고 든든한 길동무가 있을까요?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와 함께 길을 나서는 일은 점점 줄어들어요. 서로가 바빠 조곤조곤 대화할 여유조차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따금 ‘여행’의 힘을 빌리기도 합니다. 짧게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그간 소원했던 관계를 만회하고는 하지요.
《숲이 될 수 있을까?》 속 이야기도 엄마와 아이의 산책으로 시작됩니다. 비가 그친 아침, 엄마가 촉촉한 흙길을 밟으며 숲으로 향하자 아이가 졸졸 뒤를 따릅니다. 마치 처음 가 보는 것처럼 기대 가득한 눈을 하고서는 말이지요. 숲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바람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아이는 코를 벌름거리며 소리칩니다. “엄마, 바람에서 흙 냄새가 나요!”라고요. 곧 엄마와 아이 앞에 구슬처럼 동글동글하고 붉은 흙 알갱이가 깔린 길이 나왔어요. 둘은 신발을 벗고 사뿐사뿐 길을 걷습니다. 조금 더 가자 아름드리나무가 나타났어요. 어른 몇 사람이 팔을 벌려 안아도 모자랄 만큼 큰 나무였지요. 아이는 팔을 번쩍 들어 보이며 놀랐답니다.
슬슬 아이는 숲에 대해서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물어봤어요.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들고는 “엄마, 예쁜 나무 뼈다귀예요. 이것도 숲이 될 수 있을까요?”, 돌탑 위에 작은 돌멩이를 올려놓고는 “엄마, 이것도 숲이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말이에요. 아이의 물음이 재미있었는지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엄마는 “여기 있는 모든 게 숲이란다.”라고 대답하고 나뭇잎 왕관을 만들어 주었어요. 아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지요. “나도 숲이에요!”
숨 가쁜 일상 속 휴식 같은 이야기
우리는 누구나 숲이 될 수 있어요!
이야기를 지은 한유진 작가는 아이들과 제주도 비자림에서 보낸 시간을 《숲이 될 수 있을까?》에 담았어요. 그래서인지 이야기 속 아이의 풋풋함과 천진난만함이 더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나뭇가지를 가리켜 나무 뼈다귀라고 한 것도, 나무 안에 든 열매를 두고 아기 열매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지요.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작가이자 엄마의 따뜻한 눈길이 느껴집니다. 그림을 그린 임덕란 작가는 비자림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채로운 색과 재미있는 구성으로 화면에 표현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꼭 숲길을 걷고 있는 것만 같지요.
숲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갑니다. 꼬물꼬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곤충부터, 총총 날랜 몸짓으로 숲을 뛰어다니는 여러 동물,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은 나무까지…… 모두가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지요. 언뜻 고요하고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작복작 많은 일이 벌어진답니다. 저마다 있는 힘껏 삶을 살아 내고 있지요. 어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아이 눈은 달라요. 하나하나 신기하고 흥미로울 거예요. 이야기 속 아이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우친 것처럼 살아있는 지식을 얻게 되기도 하고 마음이 한 뼘 더 자라기도 하지요.
《숲이 될 수 있을까?》는 숲이 궁금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아이와 숲을 찾아가 걷고 싶게 하고, 숲이 품고 있는 생명을 돌아보게 만들지요. 숨 가쁜 일상 속에서 내처 달리다 보면 누구나 쉽게 지치곤 합니다. 멈추어 서서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지요. 가족과 함께 산책을 나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초록이 가득한 ‘숲’으로 말이에요. 아이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숲이 될 수 있으니까요!
◎2018년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추천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