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한테서 나는 냄새가 기분 나빠요!
가끔 아주 사소한 것 때문에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마침 친구에게 불만이 있다면 평소 그냥 지나쳤던 문제라도 더욱더 신경이 쓰이지요.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늘 나를 즐겁게 해 주던 엄마의 말투가, 아빠의 익살맞은 장난이 기분 나쁠 수도 있어요. 《아빠 냄새》에서 세 아이는 아빠에게서 나는 냄새가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도담, 김태영, 오상민은 너른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예요. 셋 다 축구를 좋아해서 점심시간이면 모여서 머지않아 있을 어린이 축구단 지역 대회를 준비하지요. 가까운 동네에 살고, 축구 실력도 비슷한 세 아이지만 집안 형편은 조금씩 다릅니다. 담이네 아빠는 수산시장에서 ‘싱싱 수산’이라는 횟집을 하고, 태영이네 아빠는 싹싹 목욕탕 사장님이에요. 상민이네 아빠는 수산시장 맞은편에서 생생 소아과를 하지요.
세 아이는 하나같이 아빠에게서 나는 묘한 냄새를 기분 나빠합니다. 담이는 수산시장에서 나는 생선 비린내를, 태영이는 목욕탕의 물소독약과 때비누 향 때문에 괴롭습니다. 상민이는 아빠 병원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지요. 아이들은 아빠가 싫은 걸까요? 아빠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가 쌀쌀맞습니다. 꼭 심통이 난 것처럼 말이지요.
어린이 축구단 지역 대회가 열리는 날, 비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약식으로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양팀에 참석하지 않은 선수가 있어 아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지요. 담이, 태영이, 상민이 아빠도 얼떨결에 선수로 참여했어요. 이상할 것 같은 경기가 아빠들의 활약으로 재미있어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도 아빠들과 호흡을 맞추며 멋지게 골을 만들어 가지요. 결국 2:0으로 너른초등학교가 승리합니다.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엄마 아빠를 위한 이야기,
엄마 아빠의 곁이 그리운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
한바탕 축구 경기를 뛰고 난 뒤, 아이들의 마음에 미묘한 변화가 생깁니다. 싱싱 수산의 비린내와 생생 소아과 소독약 냄새, 싹싹 목욕탕의 아리아리한 냄새가 땀 냄새와 뒤섞였지만 아무도 코를 막지 않아요. “우리 아빠 냄새다!” 하고는 코를 벌름거리며 아빠 냄새를 맡습니다. 서먹했던 아빠와 아이들이 서로에게 한걸음 다가선 거예요.
‘냄새’는 가까운 자리에 있어야 전해집니다. 세 아이는 아빠 냄새가 싫은 것이 아니라 그리웠던 것 아닐까요? 아빠와 함께 웃고 떠들고 뛰어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아빠들은 늘 바빠서 함께할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이야기 속에서 상민이는 ‘아빠는 나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불평해요. 어쩌면 이 말은 요즘 아이들이 모든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몰라요. 근사한 선물보다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것, 곁에 앉아서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합니다.
엄마 아빠에게 있어 일과 육아는 항상 고민거리입니다. 섣불리 어느 한쪽을 포기하거나 미뤄둘 수 없지요. 그럼에도 분주한 일상에 휩쓸리다 보면 어느새 아이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는 합니다. 서운함, 아쉬움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지지요. 《아빠 냄새》에서 담이, 태영이, 상민이처럼요. 세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는 위로받기를, 또 누군가는 용기 내기를, 그리고 엄마 아빠와 사이가 더 끈끈해지기를 바랍니다.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2017년 하반기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