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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제목이 꼭 있어야 돼?

라임 주니어 스쿨
14,800 원
  • 저자 : 온드르제이 호라크
  • 그림 : 이르지 프란타
  • 옮김 : 김선영
  • 출판사 : 라임
  • 출간일 : 2021년 05월 10일
  • ISBN : 9791189208783
  • 제본정보 : 반양장본
《그림에 제목이 꼭 있어야 돼?》는 어린이를 위한 서양 미술사로, 미술이라는 개념이 뚜렷하게 정립된 근대로부터 현대까지의 화가와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어요. 19세기에서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미술사 굽이굽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화가와 작품들을 가려 뽑은 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친절하면서도 맛깔나게 서술해 내고 있답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중간중간 추리 형식을 띤 만화를 곁들여 보는 재미 외에 읽는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지요. 자, 그러면 미술 작품들이 시대정신을 어떻게 반영해 내고 있는지 다 같이 책장을 열어 볼까요?

온드르제이 호라크 (저자)

1976년에 체코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책과 그림에 관심이 많았어요. 여러 미술관에서 해설사로 일하면서 어린이와 학부모, 시각 장애인, 노년 세대, 교도소 수감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미술 작품을 소개했답니다. 체코에서 손꼽히는 현대 미술 상인 ‘인드르지흐 할루페츠키 어워드’를 받았으며, 지금은 트랜짓 디스플레이 미술관에서 미술 프로그램을 총괄하여 담당하고 있지요.

이르지 프란타 (그림 작가)

1978년에 체코에서 태어났어요. 시각 예술가이지 일러스트레이터 활동하며, 회화를 중심으로 설치 미술과 영상 제작도 겸하고 있지요. 라파니 아트 그룹의 일원이자 프란타­봄 아트 듀오로 활동하면서 만화 잡지 《KIX》를 창간했답니다. 체코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인드르지흐 할루페츠키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여러 차례 올랐어요.

김선영 (번역가) | 대한민국 작가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식품 영양학과 실용 영어를 공부했어요. 영어 문장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요모조모 바꿔 보며 즐거워하다가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했답니다. 옮긴 책으로 《명왕성이 삐졌다고?》《플라스틱 지구》《엉덩이로 자동차 시동을 건다고?》《나를 찾아 줘》《안녕? 나는 새싹이야》《평화는 힘이 세다》외 여러 권이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 : 미술 작품은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

얼마 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들이 국보급 등 2만 3천 점이 넘는 미술품을 국가 미술관 등에 기부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 국내 문화유산과 세계적 대가의 대표작을 두루 추적·수집해 온 고인의 컬렉션은 10개 이상의 전문 미술관을 세우고도 남을 만큼의 양과 가치를 지녔다지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한국 회화사 최고 걸작인 겸재 정선의 대표작 「인왕제색도」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는 단연코 상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그 외에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손꼽히는데요. 지베르니 자택의 연못에 핀 수련을 관찰하며 그린 250여 점의 「수련」 연작 가운데 하나지요. 그것 말고도 고갱의 초창기 작품과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걸작 「켄타우로스 가족」을 기증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감탄을 자아내고 있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미술품에 이렇듯 열광하는 걸까요? 아마도 미술이 시대정신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미술품이 역사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 역시 바로 그러한 이유라고 하니까요. 미술사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은 구석기 시대의 동굴화로 거슬러 올라가요. 그만큼 미술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숨 쉬어 왔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미술이라는 개념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여 만든 것을 미술이라는 테두리로 묶어 문화적 현상의 한 분야로 바라보게 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라고 하거든요.


왕과 귀족을 벗어나 ‘평민’이 주인공으로! : 새로운 변혁의 시대가 열리다

한마디로, 근대는 역사의 주인이 ‘왕과 귀족’에서 ‘평민(혹은 시민)’으로 이동한 시대예요. 그 어느 시대에도 평민이 대놓고 주인공이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혁의 시점이라 할 수 있어요. 전 세계 곳곳에서 평민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열리고, 또 투표를 통해 평민이 평민의 지도자를 평민 가운데서 뽑는, 이른바 ‘민주주의 시대’가 시작된 셈이지요.

당연히 미술 작품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그 전까지는 모든 그림이 왕과 귀족을 위한 것이었거든요. 왕과 귀족들의 초상화, 또는 궁궐과 대저택을 장식하기 위한 신화나 성경 이야기가 그림의 주된 소재였으니까요. 그런데 프랑스의 시민 혁명과 영국의 산업 혁명을 거치고 나서 몇십 년이 지난 후, 밀레라는 화가가 그림 속에 왕이나 귀족이 아니라 농부의 모습을 그린답니다.

「만종」과 「이삭 줍기」가 바로 대표작이에요. 그림을 표현하는 방식은 똑같지만, 그림 안에 담아내고 있는 대상이 확연히 달라진 거예요. 왕이나 귀족들 입장에서는 자칫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농부들의 소박한 일상을 캔버스에 담아냈으니까요. 말하자면 이젠 왕이나 귀족을 위한 그림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훗날 밀레의 그림들은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평가받는답니다.

“밀레의 《이삭 줍기》는……, 아주 역사적인 그림이야. 인류의 달 착륙하고 맞먹는다고 할 수 있지. 그만큼 사회에 놀라운 충격을 안겨 주었어.”
“달 착륙하고요? 설마요…….”
“처음 나왔을 당시, 이 그림은 큰 논란을 일으켰지. 모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거든. 그때까지는 세 여자가 밭에서 일하는 모습 같은 소박한 일상이 그림의 소재로 쓰이는 일이 거의 없었어. 그림의 소재라는 건 모름지기 화가나, 아니면 그림을 주문한 사람의 관심을 끌 법한 내용이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어떤 화가가 아주 평범하고 지루하게 일을 하는 세 여자의 모습을 그리고선 떡하니 전시까지 한 거야.
어쨌거나 그 덕분에 이 시기 화가들은 주변의 세계와 풍경, 그리고 사람의 얼굴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어.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지. 그래서 ‘사실주의 화가’라고 부르는 거야.”
-17~18쪽에서

그다음으로 그림 속에 자주 나타나는 주제는 ‘풍경화’예요. 풍경화는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난 후, 인상주의를 거쳐 현대까지도 끊임없이 그려지고 있지요. 그 전까지만 해도 풍경은 왕과 귀족의 초상화나 성화에서 등장인물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배경의 역할을 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왜 갑자기 풍경화가 자주 나타난 걸까요? 바로 경제적인 변화 때문이에요. 그 전에는 화가들이 상류층의 초상화나 성화를 그려 주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는데, 그런 그림은 주문자 외에는 살 사람이 전혀 없는 1 대 1 거래였어요. 그런 면에서 풍경화는 ‘소매상’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답니다. 다양한 종류의 풍경화를 잔뜩 그려 놓으면 고객들이 취향껏 사 가게 되니까요. 우리가 마트에서 과자를 고르는 것과 비슷해요.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와 걸맞은 거래 방식이라 할 수 있지요.


예술 작품과 아닌 것의 경계는 어디? : 미술 작품에 대한 다양한 시선

사실주의는 훗날 인상주의가 등장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게 되어요.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는 사실주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발전한 것이 인상주의거든요. 인상주의에서는 ‘빛을 그대로’ 그리기 시작해요. 그림을 사실 그대로 그리려 하다 보니 빛이 눈에 보이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 뒤로 미술은 표현주의와 야수파, 입체주의, 다다이즘, 구성주의, 초현실주의, 팝 아트, 개념주의, 미니멀리즘, 신체 미술, 포스트 모더니즘 등을 거치면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답니다. 그 가운데서 사람들이 화가라고 하면 머릿속에 쉽사리 떠올리는 이미지를 여지없이 부숴 버리는 사람까지 등장했지요. 바로 잭슨 폴록이에요.

“할머니, 그림은 어떻게 그려야 해요?”
“아주 단순하지. 먼저, 캔버스와 종이가 필요해. 꼭 그게 아니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 괜찮지. 그리고 그림을 그릴 도구와 재료가 있어야겠지? 붓, 물감, 팔레트. 도구나 재료는 뭐든 좋아. 그림은 눈밭에 손가락으로 그려도 되고, 담벼락에 스프레이를 뿌려서 그려도 되고, 아스팔트 위에 분필로 그려도 되니까. 이제 더는 도구나 재료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거든. 그것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중요하지.”
“이젤은요? 우리 집 지하실에 할아버지 이젤이 있잖아요.”
“그렇지, 화가의 이젤……. 머리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손은 물감으로 엉망이고, 사람들이 떠올리는 화가의 이미지가 그렇지? 그런데 실제로는 이젤도 필요 없어. 캔버스야 자기 좋을 대로 두면 되니까. 바닥에 두어도 좋고 책상에 두어도 좋고. 할머니가 말하는 건 화가라면 이런 물감을 써야 한다거나, 아니면 이렇게 보여야 한다거나, 그런 것이 이젠 아무 소용 없다는 거야. 자, 이 그림을 한번 볼까?”
“이 그림은 너무 커요. 뭐가 뭔지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잭슨 폴록은 캔버스를 바닥에 내려놓았지. 붓을 던져 버리고, 물감을 통에서 캔버스로 그냥 부어 버렸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베레모 같은 건 쓰지 않았단다. 팔레트며 붓, 이젤이 다 뭐냐? 그런 건 하나도 없었지.”
“대단하네요.”
-32쪽에서

20세기의 막이 오르면서부터 세상은 더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예술가들이 자기 자신과 세상 사람들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거든요.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가?”
프랑스 예술가 마르셀 뒤샹은 예술가가 그렇다고 하면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래서 시장에서 소변기를 산 다음에 서명을 하고서 아주 재미있는 제목을 붙였지요. ‘샘’이라고요.

“사실 누구한테든 쉽지 않은 질문이야. 뒤샹이 이 소변기를 통해 정말로 말하려고 했던 바는 무엇일까? 예전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20세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의 사회 분위기를 설명해 주신 적이 있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물건이 대량 생산되어 쏟아져 나오면서, 그동안 물건이 지니고 있던 유일무이성이 사라졌대. 옛날에는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썼으니까, 모든 물건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거였지. 그런데 성능이 뛰어난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체하기 시작한 거야. 사람들은 낡은 물건을 수리하지 않고 바로 새 것을 샀고. 바로 지금의 우리처럼. 뒤샹이 대량 생산되는 소변기를 선택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야. 사실 소변기가 아니라 무엇이든 선택될 수 있었지. 뒤샹은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서명을 적어 넣은 다음에 이렇게 선언했어.
‘이제 이 소변기는 예술 작품이다. 내 서명으로 다른 소변기와 엄격하게 차별화되었고, 이 세상에서 유일한 작품이 되었다.’
-62~63쪽에서

지금도 사람들은 뒤샹이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고 있어요. 그 당시 뒤샹은 예술에 경계가 있는지 물었던 건데요. 만약 경계가 있다면 어디에 놓여 있는 걸까? 과연 예술가란 누구를 일컫는 말일까? 우리 모두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예술가라고 인정해 주는 사람만일까? 이 작품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우리 모두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소변기가 그저 영원히 소변기일 뿐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소변기가 아름다운 샘이 되는 거지요.


미술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보는’ 것? : 올바른 미술 작품 감상법

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 같다고요? 조금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림에 제목이 있어야 돼?》에서 미술 사조는 물론, 미술 작품이 생겨난 배경,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까지 아주아주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거든요.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미술관에 간 에마와 니컬러스의 발걸음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미술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저절로 체득하게 될 거예요.

간단히 얘기하면, 미술은 시각 예술이에요. 그저 그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느끼면 되지, 특정한 책이나 자료를 찾아 가면서 공부하고 이해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아주 맛있는 요리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해 봐요. 그걸 먹으면서 무슨 재료와 향신료를 썼는지 정보를 분석할 필요는 없잖아요. 요리사가 창조해 낸 ‘맛’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답니다. 이 책이 맨 앞에서 니컬러스의 축구 경기로 시작을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거예요. 축구 경기를 관람할 때 오로지 선수와 공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처럼, 미술 작품 역시 내 눈에 들어오는 느낌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는 뜻이에요.


미술사가 한눈에 쫙! : 한눈에 쏙 들어오는 미술사 타임 라인

이 책에는 서양 미술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치가 무척 많아요. 본문의 전개 역시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펼쳐진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세세한 설명을 기준 축으로 한 뒤,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도난 사건’이 또 하나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마치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가 된 것마냥 추리력을 발동하게 하거든요. 무엇보다 그 재미가 쏠쏠하지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책 말미에 「세계에서 손꼽히면 미술품 도난 사건」, 「미술가와 미술 사조」, 「책 속의 미술관」, 「미술사 타임­라인」 등을 붙여 두어, 19~20세기 서양 미술사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쏙 들어오게 정리해 두었어요.

이쯤에서 질문 하나! 그림에는 제목이 있어야 할까요, 없어도 될까요? 본문 말미에서, 다음 날 미술 시간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에마와 할아버지가 이런 대화를 나누어요.

“할아버지는 그림에 제목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사실 모든 예술 작품에 제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그래야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물론 작품에서 무엇을 보고 이해하느냐는 오직 우리의 몫이지만. 그런 경우라면 네 말처럼 제목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구나.”
“그냥 아무것도 쓰지 말고 내일 그림만 보여 줄까 싶기도 해요. 그림만 보고 각자의 생각을 서로 이야기해 보게요.”
-74쪽에서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이들과 함께 예술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미술 작품에 제목이 꼭 필요한지 각자의 생각을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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