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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북 추천도서]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

20,000 원
  • 저자 : 조금주
  • 출판사 : 나무연필
  • 출간일 : 2020년 10월 23일
  • ISBN : 9791187890249
  • 제본정보 : 반양장본
책으로 만나는 세계의 도서관,
그 흥미진진한 실험과 모험의 여정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도서관이란 일종의 보물 창고이자 흥미진진한 발견의 공간이다. 책이 귀하던 시절, 도서관은 더더욱 이용자들에게 소중한 곳이었을 터.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도서관 이용자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정보를 접하기 쉬워졌고, 이들의 니즈 역시 상당히 다채로워졌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대해 세계의 도서관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 책은 미국, 핀란드, 일본, 중국, 대만의 30개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그 변화의 방향과 흐름을 갈무리한 것이다. 압도적인 규모와 방대한 자료 소장을 시도한 중국의 슈퍼 라이브러리, 놀이와 배움을 결합한 미국과 유럽 어린이실의 플레이브러리(Playbrary), 최신 장비를 갖추고 분야별 멘토들을 연결시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스튜디오,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 환경을 추구하는 대만의 그린 도서관, 신문과 잡지 등 방대한 인쇄 자료를 제공하여 노년층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일본의 매거진 뱅크, 마을과 도시들을 연결하고 소장 자료를 공유하여 제한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핀란드의 통합관리시스템 등 세계 도서관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만나보자.
머리말

1장 장엄한 대륙의 스타일로 승부하다 _중국
상하이의 도서관, 그 과거와 현재와 미래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초대형 정보 서비스 공간
새로운 시도를 더해가는 중국식 모던 라이브러리
강렬한 햇볕조차 막을 수 없는 열혈 이용자들의 공간

2장 세상이 바뀌어가듯 도서관도 진화한다 _미국
모든 공공도서관은 메이커스페이스다
마을은 작을지라도 도서관은 크고 다채롭다
이용자를 품으면서 변화하는 최고의 공공도서관
디지털 세대를 위한 커넥티드 러닝의 공간

3장 자연과 함께하는 독서 공간을 추구하다 _대만
새로운 미학을 모색하는 타이베이 인근의 도서관들
가오슝 시민들의 일상에 파고든 친환경 도서관
햇살과 녹음을 끌어안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독서 공간

4장 최고의 교육 환경은 도서관에서 비롯된다 _핀란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헬싱키의 심장
도서관의 도시, 책의 천국이란 이런 것이다
오랜 세월, 묵묵히 한 도시를 지켜온 도서관
특화된 콘텐츠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도서관

5장 도서관의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그려보다 _일본
독서 강국의 공공도서관, 아직은 건재하다
재난의 한가운데에서도 도서관은 살아 숨 쉰다
특정 이용자와 정보를 고민하는 도서관이 필요하다
이것이 과연 새로운 시대의 도서관 모델일까

이 책에 언급된 도서관 관련 정보
청소년 시절, 도서관이 없는 마을에 살아 주말마다 책방을 기웃거리며 책을 읽었다. 안 사도 괜찮으니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마음껏 읽으라는 한 책방 주인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동경을 품었다. 그리고 뜻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사서가 되었다. 현재 서울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으로 일하면서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다. 틈날 때마다 세계 각국의 도서관에 대한 자료를 조사한 뒤 훌쩍 배낭을 짊어지고 그곳들을 찾아다니며,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의 도서관을 꿈꾸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2015)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2017)이 있다.

장엄한 대륙, 중국의 도서관
첨단 인프라 투자를 통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중국은 현대적인 도서관 역사가 비교적 짧은 나라지만, 최근 만들어진 도서관들은 전 세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또한 지자체의 아낌없는 투자 덕분에 도서관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뒤지지 않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었으며, 경쟁 사회 특유의 분위기가 자아내는 이용자들의 열기 또한 대단하다. 중국 사회가 현금 사용에서 신용카드를 거치지 않은 채 위챗페이라는 스마트폰 결재 시스템으로 훌쩍 넘어간 것처럼, 도서관에 있어서도 통상적인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최고 수준으로 성큼 올라선 것이다.
이 무서운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광저우 도서관이다. 2003년 광저우 시는 새로운 도서관 건립을 결정한 뒤, 기획 단계에서 큰 도서관을 짓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10년의 산고 끝에 2013년 지역 주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다양하고 도전적이면서 역동적인 문화가 꿈틀거리는 중심업무지구에 연면적 10만 444제곱미터의 규모로 광저우 도서관을 개관했다. 서울로 치면 광화문 한복판에 도서관을 지은 것인데, 규모를 비교해보면 여의도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인 IFC몰 연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자료의 규모, 직원 수, 예산을 보더라도 대륙의 광대한 스케일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건물 디자인 역시 겹겹이 책을 쌓아올린 듯한 형태의 거대한 피라미드 모양으로, 신선하고 경이롭다. 이용자들은 마치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마음껏 쇼핑을 하듯, 자유롭게 도서관을 활보하며 카트에 자료들을 쓸어 담는다. 활발하게 운영되는 최신식 메이커스페이스, 전문도서관에나 있는 1인용 연구창작실(carrel)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광저우 도서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구립도서관임에도 국가 대표급 규모에다가 200만 장서를 보유한 푸둥 도서관, 도서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정보를 생산하면서 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상하이 도서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중국식 모던 라이브러리를 선보인 황푸 도서관 향설관, 쏟아지는 햇볕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쓴 채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열혈 이용자들이 가득한 선전 도서관……. 이러한 사례는 이전의 중국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물론 새로운 시도들이 시행착오도 거치고 있지만, 중국 도서관의 무서운 성장세는 향후 중국 시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바꿔내리라 짐작된다.

전통적인 도서관 선진국, 미국
시간의 흐름과 함께 도서관도 진화한다

미국에는 수많은 도서관들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새로운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도서관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도서관이 이용자의 니즈 변화에 맞춰 어떻게 서비스를 확장해가고 있는지, 그러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평생교육 기관으로서 도서관이 어떻게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실례들이 보인다.
미국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최고의 도서관, 알링턴 하이츠 기념도서관은 도서관의 서비스 인구가 7만 6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장서는 90만여 점에 이른다. 장서량이 많은 만큼 ‘마켓플레이스(The Marketplace)’라는 서가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신간 자료들을 선보인다. 원하는 신간이 없더라도 신청하면 일주일 내에 책을 받아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마치 지식인 컨트리클럽의 회원이 된 듯하다며 이곳 도서관을 추켜세운다. 2013년 개관한 ‘스튜디오’는 방음 시설을 갖춘 세트실로 녹음 및 촬영 작업을 비롯해 소규모 협력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대여된다. 디지털 부서 직원만 16명으로, 이들은 이용자들에게 각종 기기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매달 80여 개나 테크놀로지 강좌를 진행한다. 같은 해에 문을 연 ‘허브(The Hub)’는 청소년 전용 공간으로 이용자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다. 어릴 적에는 도서관에 잘 드나들던 아이들이 커가면서 도서관과 멀어지곤 하는데, 이들이 자유롭게 체험하고 경험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줌으로써 청소년을 도서관 이용자로 적극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작은 마을들에 큰 도서관을 만들고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는 곳은 여럿이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뉴포트 비치 공공도서관은 서비스 인구가 8만 4900여 명인데, 건물 면적은 6596제곱미터에 소장 자료는 32만 2000여 점이다. 또한 2016년의 도서관 예산은 749만 581달러에다가 직원은 80명이었다. 필자는 이 도서관을 비슷한 규모의 한국 도서관들과 견주어보는데, 그 수치를 보면 참으로 무색하다. 이러한 물량에 더해지는 것은 자원봉사자의 노력이다. 각종 후원을 하고, 도서관 내부에서 중고 서점을 운영하기도 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도서관을 지역 사회의 거점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이들이 일조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도서관 이용률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도서관 외의 곳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벌어진 일일 텐데,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도서관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슈퍼 라이브러리’를 지향하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이 굳건한 신뢰의 모습은 부러움과 함께 도서관이 우리에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섬나라 대만의 도서관
자연과 함께하는 독서 공간을 추구하다

한국과 가까운 작은 섬나라 대만의 도서관들은 아직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만은 정감 있으면서도 단아한 도서관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번에 주목해본 곳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독서 환경을 조성한 도서관들이다. 평화로운 독서 공간으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들이다.
햇살과 녹음을 끌어안은 고요한 독서 공간을 만들어낸 가오슝 리커융 기념도서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만의 목재 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던 리커융(李科永)은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가까스로 학업을 이어갔고, 사업에 성공한 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가난한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려 했다. 하지만 미처 그 꿈을 펼치지 못한 채 1990년 사망하고 만다. 이에 그의 자녀들은 리커융문화교육재단을 설립한 뒤 대만 각지에 도서관을 짓고 지자체에 이를 기증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으로 건립된 가오슝 리커융 기념도서관은 2013년 착공했으나, 개관하는 데 5년이 걸렸다. 환경 단체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도서관 부지는 가오슝의 대표적인 공원 중 하나인 중앙공원 안에 있는데, 시멘트 건물이 생태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 등이 대두된 것이다. 이에 가오슝 시는 공청회, 시민 포럼, 브리핑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도서관의 면적, 건물 높이 등을 줄이면서 나무 이식도 최소화하는 등 설계를 조정했다. 이렇게 도서관은 가능한 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경관을 유지하면서 녹색 숲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한 산고 끝에 탄생한 도서관은, 그 덕분에 쾌적하고 평온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나무들을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어서 입구뿐만 아니라 건물도 잘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도서관 내부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푸르른 신록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이곳은 필자가 “좋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최고다”라는 찬사를 한 도서관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대만의 첫 번째 녹색 도서관인 베이터우 공공도서관은 온천 도시의 푸르른 숲을 끌어안은 친환경 건물로 발걸음 바쁜 여행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을 품고 있으며, 가오슝의 대표도서관인 가오슝 시립도서관은 도시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나무’를 콘셉트로 잡아 이를 건물에 녹여냈다. 청량한 자연 속에서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가오슝의 아름다운 전망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교육 강국 핀란드의 도서관
책의 천국이란 바로 이런 곳이다

한편 유럽의 도서관 강국 핀란드의 면모는 상당히 다채롭다. 필자는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디를 소개한 뒤, 이곳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있는 유서 깊은 도서관들을 연이어 언급한다. 북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헬싱키 대학도서관, 국가 대표도서관이며 1800년대 핀란드 엠파이어 스타일로 만들어진 핀란드 국립도서관,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인 리크하르딩카투 도서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오랜 전통을 이어온 지역 도서관인 칼리오 도서관 등이 그곳이다. 인구 63만여 명의 도시 헬싱키에 크고 아름다운 도서관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런 곳이야말로 가히 책의 천국, 도서관의 도시가 아닐까.
사실 오디는 개관 전부터 세계 도서관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도서관은 건립을 준비하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비롯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 뒤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했다. 정열적이고 서정적인 시 혹은 찬가를 의미하는 ‘오디(Oodi)’라는 이름 또한 시민 공모를 통해 탄생했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통해 2018년에 개관한 오디는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100주년 기념으로 헬싱키 시가 시민들에게 선사한 선물이다.
디자인 강국답게 도서관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관과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내부에서는 도서관의 전통과 실험이 다채롭게 만나고 있다. 2층에 있는 스튜디오, 도시 워크숍 코너, 메이커스페이스, 가상현실룸, 게임방, 공유 주방 등은 전통적인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제공하면서 이용자의 관심사 및 취미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책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3층 자료실은 과감하게 연령별 이용자 구분을 없앤 뒤 놀랍도록 따스하고 아늑한 책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시내 중심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매우 뛰어나다. 여기에다가 타투, 파투, 베라라는 세 대의 로봇을 통해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새로운 과학기술을 끌어들인 노력도 눈길을 끈다.
오디 외에도 핀란드 도서관에서는 다양하고 섬세한 시도가 가득 보인다. 안내견과 함께 들어와 익숙하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의 모습,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의 성소수자를 위한 ‘무지개 서가’, 라이브 음악과 도서관 콘텐츠를 결합해 만든 행사, 거주 인구가 1만 명도 안 되는 소도시 도서관에서 다국어 자료 등 특화된 자료를 서비스함으로써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모습 등을 통해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면서 다채로운 활동을 벌이는 도서관의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볼 점은 핀란드의 도서관들이 시도하고 있는 자료의 통합관리시스템이다. 핀란드는 헬메트 네트워크(Helmet Network, 헬싱키), 오우티 시스템(OUTI System, 오울루), 피키 라이브러리(OIKI Library, 피라칸마) 등 각 지역별로 자료를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상호대차를 위한 지역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도서관은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은 한 도서관에서 접할 수 없는 자료들을 다양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독서 강국 일본의 도서관
그 저력은 여전하지만 의문도 남는다

일본 도서관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우라야스 시립도서관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라는 책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이 도서관은, 1980년대에 도쿄의 신도시로 개발된 우라야스 시에 건립되었다. 시민 중심의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목소리를 반영해 만들어진 이 도서관은 이후에도 지역 밀착형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렇게 탄생한 도서관의 40여 년 뒤의 모습은 어떠할까. 차곡차곡 장서가 쌓여 있는 서가든, 옹기종기 아이들이 모여 있는 어린이실이든, 그 어느 곳을 보든 간에 직원들의 손길이 깃들어 있고 이용자들이 매만진 손때가 있는 도서관의 여전한 모습은 따스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필자가 관심을 갖고 둘러본 또 하나의 테마는 ‘동일본 대지진’이다. 이 거대한 재난에 대해 도서관은 어떤 대처를 해왔을까. 일본의 국립 국회도서관이 구축한 동일본 대지진 아카이브 히나기쿠(http://kn.ndl.go.jp)는 국가의 대표도서관이 재난 정보를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좀더 본격적으로 파고들어가서,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센다이 시에 자리한 센다이 미디어테크의 노력도 눈길을 끈다. 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그런 자료들을 보존하며, 이들이 미래를 살아내기 위한 기획도 함께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2011년의 지진 이후,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도시의 문화적 피난처가 되어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 위해 도서관에 간 게 아닙니다. 이들은 대부분 뚜렷한 목적 없이 도서관에 갔어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곳에 간 겁니다.”
무자비한 자연의 폭력이 휩쓸고 간 또 다른 도서관, 그림책 미술관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림책 표지를 상시적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응답하여 전 세계의 아름다운 그림책 표지들이 한가득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크고 작은 유리창에서 스며드는 빛은 도서관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바깥으로는 푸르른 바다가 훤히 보인다. 그림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면서 이용자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공간이다. 동일본 대지진 때 이 지역은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도서관만큼은 단 하나의 찻잔만 떨어져 깨졌을 뿐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이곳에서만큼은 희망을 꽃피우며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둘러본 일본의 도서관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다케오 시 도서관이다. 도서관과 서점, 커피숍을 결합하면서 방문객들이 대거 늘어나 이슈가 되었던 이 도서관은 굉장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이곳이 진정한 공공도서관인가?’ 하는 의문이 지역 주민과 도서관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필자는 찬찬히 이후의 상황을 파고들어간다. 도서관 이용률 증가는 일시적이었을 뿐 실제로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관광 상품이 되어버렸으며, 불필요한 자료 구입뿐만 아니라 중고 서점에서의 자료 구입 등의 문제 때문에 시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까지 한다. 위탁관리제도를 통해 도서관을 운영해온 기존의 민간 기업들은 자체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도서관 운영을 수익 사업으로 보지는 않았다. 반면에 다케오 시 도서관은 서점과 카페의 영업을 통해 수입을 얻는 것이 전제된 수익성 모델의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공적 자원을 투여하여 공중의 정보 이용, 문화 활동, 평생교육을 증진하는 곳이라면, 이런 모델은 과연 적절한 것일까. 다케오 시 도서관에 대한 찬사의 목소리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이는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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