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변이 더 이상 빛나지 않아요
얕은 물에 살던 물고기들이 사라졌어요
아이가 사는 마을에는 아름다운 여강이 흐릅니다. 강줄기를 따라가면 꾸구리가 사는 늪지대가 있고 신륵사 강월헌이 보이는 넓은 모래사장과 갈대밭이 있지요. ‘금모래 은모래 강변’에는 꼭 금가루 은가루를 뿌린 것처럼 모래가 반짝였습니다. 모래가 눈부시게 빛나는 날이면 아이는 친구들과 강변에 모여 물장구를 치고 다슬기도 잡았습니다. 금빛 갈대가 흔들리는 가을이면 아빠는 아이와 친구들을 바위늪구비로 데려가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부모님은 ‘강변 식당’이라는 작은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저녁마다 강변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였지요. 아이의 아빠는 직접 잡아온 물고기를 수조에 넣었고, 엄마는 부지런히 물고기를 손질해 내놓았습니다. 편안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강을 살린다’며 이상한 일을 했습니다. 강바닥을 파고 보를 만들었어요. 굴삭기와 덤프들이 마을을 오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밭이 점점 작아졌습니다. 강변은 이제 예전처럼 빛나지 않았습니다. 물이 깊어지면서 물놀이도 할 수 없었지요. 얕은 물에 살던 물고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물고기들이 사라지자 강변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줄었지요. 아빠는 투망을 손질하며 나지막이 말합니다. “우리도 마을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요.
겨울이 찾아오고 아이는 몇 명 남지 않은 친구들과 공원에 앉아 강을 바라봤습니다. 강도, 하늘도 텅 빈 것만 같았지요. 넓은 공원에는 바람만 지나다녔습니다.
가슴 먹먹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
강천보가 만들어지고 난 뒤 여강에는 많은 환경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외래종인 큰빗이끼벌레가 번식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었고, 녹조 때문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강을 살리기 위해 시작된 개발이 결국 강을 병들게 하고 말았지요. 많은 학자들이 환경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자연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 중심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말 자연을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요?
《강변 살자》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이웃이 겪은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지요. 글을 쓴 박찬희 작가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개발되기 전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여강의 풍경과 개발이 시작되면서 찾아온 낯선 변화를 차분하면서도 담백한 어조로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감정을 덜어낸 이야기 전개는, 오히려 더욱 단단하게 마음속을 파고듭니다. 여기에 정림 작가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그림이 더해져 이야기의 울림은 더욱 넓고 깊어집니다.
책의 말미에는 여강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몇 장의 사진으로 지난날 여강의 풍경을 모두 알 수는 없지요. 하지만 현재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 보면서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강변 살자》를 통해 조금 더 많은 부모님과 아이들이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2017년 책날개 선정
◎2017년 환경정의 올해의 환경책 선정
◎2018년 책날개 선정
◎2017년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추천도서
◎2017년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