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이 시작되면 나의 ‘적’들이 사라진다!
지호는 반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의 말씀을 무척 잘 따르는 것도 아니고,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지요.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지호가 반 아이들을 쥐고 흔드는 고릴라 일당의 눈 밖에 나게 됩니다. 그때부터 괴롭힘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릴라 일당은 사사건건 지호가 하는 일에 시비를 걸고 괴롭힙니다. 고단한 학교생활을 겨우겨우 이어가는 지호에게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생깁니다.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아빠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지요. 지난날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았던 아빠가 다시 술을 입에 대면서 집 안에는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갑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엄마는 집을 나가 버리지요.
지호는 마음을 내려놓고 쉴 곳이 없습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위로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지요. 그러던 중 수수께끼의 소년 ‘킹’이 나타납니다. 킹은 게임 세상으로 지호를 안내합니다. 그리고 ‘GUN’이라는, 어딘가 모르게 위험해 보이는 게임을 알려 줍니다. 적의 이름과 내 이름을 적어 넣고 총을 쏴서 적을 없애는 단순한 게임. 하지만 ‘GUN’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어요. 지호가 이름을 써 넣은 적을 게임 속에서 죽이면 현실 세계에서도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지호를 괴롭히던 고릴라가 ‘증발’해 버리고, 반 친구들은 지호를 두려워합니다.
괴로움 가득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요. 지호는 게임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듭니다. 그럴수록 일상생활은 엉망이 되어 가지요. 밤늦도록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부족한 잠을 학교에서 잡니다. 또 원하는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도둑질까지 하지요.
게임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의 또 다른 얼굴, 폭력성
킹은 게임 속 세상에서 빠져나오려는 지호에게 말합니다. “게임 속 세상이야말로 완벽해.”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면 넌 또 고통을 겪게 될 거야.”라고요. 어쩌면 우리는 현실의 고민, 아픔을 잊기 위해 게임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지호 아빠가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처럼. 게임에서는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요.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나를 우러러 보게 만들 수도 있어요. 이렇게 달콤한 세상을 뒤로 하고 지호가 게임을 그만두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지호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가족이 있었다면? 등을 쓸어줄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게임의 법칙》에 담긴 이야기가 울림을 주는 것은 지호가 겪는 고통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임이라는 가상공간 속에 서 있을 때 사람들은 현실과는 다른 모습으로 돌변합니다. 가슴 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던 ‘폭력성’이 드러납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말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적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쏩니다. 상대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상관없습니다. 오직 내 편과 네 편만 있을 뿐이에요. 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터넷상의 누군가에게 거친 욕을 퍼붓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번 몸과 마음에 밴 습관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견뎌낼 수 있는 건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숨을 곳 하나 없는 갑갑한 현실을 피해 게임 속으로 도망쳤던 지호가 동생 지홍이와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 총을 쏜 것처럼.
고단한 부모의 삶은 고스란히 아이들의 불편한 몫으로 남겨지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게임의 법칙》이 다시금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희망해 봅니다.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2017년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추천도서
◎2017년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